조각글 - 무제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열기를 가득 품은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 마신다. 타 들어갈 듯 뜨거운 그것이 내 안에 머물고 있는 감정도, 그에 대한 기억까지도 모조리 태워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한동안 그렇게 달아오른 해변을 걷고 또 걸었다.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고, 뜨거운 모래에 파묻히는 발은 감각을 잃어갔다. 숨 쉬는 것이 힘들고, 시야가 흐려질때까지. 인적이라고는 없는 여기.. 그냥 이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죽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그러는 쪽이 지금보다 평화로울 거라고.. 매일, 매 시간, 매 분, 초 마다 마음에서 미친듯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지금보다는... 점점 더 몽롱해지는 정신을 깨우기라도 하듯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매일 몇 차례.. 더보기 이전 1 2 3 4 ··· 1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