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비(雨)처럼 내게로 왔다 5(완) 저녁 내내 쉼 없이 움직였다. 돌아오자마자 청소를 했고, 평소에 잘 쓰지 않던 찻잔들까지 모조리 꺼내 닦아두었다. 전에 없이 손빨래를 하고... 마지막으로 욕실 청소까지 끝냈을 땐 이미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었다. 그렇게라도 비워보려던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고, 마음은 더없이 무겁기만 했다. 선배의 얼굴을 봐서라도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나갈 수는 없어 초록색 원피스를 꺼내 두고선 갑자기 맥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다. 사랑이란 거.. 남들은 참 예쁘게 잘도 하던데.. 어째서 제 사랑은 이렇게 아프기만 한 걸까.. 가슴에 올려진 돌덩이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무거워진다. 저녁 내 몸뚱이를 괴롭힌 보람도 없이 정인은 오늘 밤도 쉽게 잠들 수 없을 것 같았다. 술 생각이 간절했지만, 취하면 더 그리워질 얼굴이 .. 더보기 이전 1 2 3 4 5 ··· 1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