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
햇살이 아프도록 따가운 여름.
정인은 너무 더워서 아무생각도 나질 않는지 가동이 멈춘 에어컨 아래서 멍하게 서있다.
이렇게 푹푹 찌는 여름날.. 하필 올여름 들어 가장 뜨겁다는 오늘! 건물 에어컨이 고장나버렸다.
"유검사님 거기서 뭐하세요?"
동만이 나오지도 않는 에어컨 아래 서있는 정인을 보고 묻는다.
"더워더워더워"
"큭큭 무슨 로떼리아 선전도 아니고 뭐하시는거에요"
"넌 안더워?"
"덥죠. 덥긴하지만. 어차피 거기 서있어도 에어컨 안나오잖아요."
"그래..그건 그렇지만 혹시라도 이렇게 있을때 뙇! 에어컨이 고쳐져서 나오면 좋잖아..힝..덥다..진짜"
"그냥 앉아계세요 그게 덜더워요.."
정인이 터벅터벅 땀을 닦으며 자리로 돌아오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얼굴에 웃음을 띄운다.
"똥마나! 우리 팥빙수 사다먹자!"
"오~ 좋죠."
정인이 지갑을 꺼내다가 반대편에 축 늘어져있는 순범을 발견한다.
"황형사님! 팥빙수! 콜~?"
"코~올"
순범은 대답하기도 버거운듯 책상에 널부러진채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한다.
"황형사님 무슨 나무늘보 같은데요? 책상에 착 붙어있으니까? "
정인이 놀리는데도 순범은 꼼짝을 안한다. 덥긴 더운가보다.
정인의 시선이 당연한 순서라도 되는듯 태연의 방으로 향한다.
이렇게 더운데도 태연은 저 안에서 꼼짝을 않는다. 게다가 아무리 봐도 더워하는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인이 태연의 방을 노크한다.
"저 ..민검사님. 안더우세요? 창문이라도 좀 여시지.."
정인이 꼭꼭 닫긴 창문을 보고 쪼르르 안으로 들어가 창문을 열어놓는다.
"팥빙수 사올건데. 드실래요? "
"아니. 됐어."
"정말요? 아직 에어컨 고치려면 멀었나본데. 시원한거라도 드시는게 .."
"생각없어. "
태연은 그렇게 말하며 카드를 꺼내 내민다.
정인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태연의 얼굴과 그의 손에 들린 카드를 번갈아 본다.
"이걸로 사다먹으라고. "
"아.. 아니에요 제가 내도 되요. 가끔 이래야 동만이한테 체면도 서죠"
살짝 웃어보이고 뒤돌아 나가려는 정인을 태연이 불러세운다.
"유정인"
"네?"
태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인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아래위로 정인을 훑어본다.
"왜..왜그러세요? 옷에 뭐 묻었어요?"
태연이 안되겠다는듯 고개를 가로젓는다.
정인은 여전히 무슨일인지 모르겠다는듯 벙찐 표정으로 태연을 올려다본다.
"옷이... 꼭 그래야겠어? 그렇게 더워?"
"옷이.. 왜요?"
"위에 뭐 좀 입으면 안될까?"
지금 정인은 몸에 딱 붙은 민소매 나시를 입고있다.
어깨끈이 별로 넓지않은데다 몸에 착 달라붙어서 정인의 봉긋한 가슴곡선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물론 반팔의 자켓을 위에 입고 나왔지만. 에어컨이 고장나 푹푹 찌는 찜통같은 지금으로선
정인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네?.. 왜..왜요? 야..해요?"
"응"
"네? 진짜요? 어디가요? 뭐가 비치는것도 아니고.."
"너무 붙잖아. 저 밖에 늑대가 두마리나 있는데 그러고 있으면 되겠어?"
태연의 말에 정인이 깔깔 웃는다.
"하하하하 민검사님! 무슨 그런 말씀을. 저기 한사람은 나무늘보! 하나는 강아지! 늑대는 없네요~"
정인은 웃으며 돌아서 태연의 방을 나간다.그리고, 꼬리를 흔들고 있는 동만강아지에게 돈을 건내주며 팥빙수 심부름을 시키고,
책상에 늘어져있는 순범나무늘보에게 다가가서 등을 쿡쿡 찔러본다.
찔러도 아무 반응이 없는걸 확인한 정인이 유리벽넘어 태연을 올려다보며 엄지를 들어보인다.
그모습을 보던 태연은 피식 웃어버린다.
"아무튼 유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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