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Written by Angelique(carna)
늦은밤. 느닷없이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태연이 읽고있던 책에서 눈을 들어 벽에 걸린 시계를 본다.
시계바늘은 자정을 지나 숫자1을 향해 열심히 달리는 중이다
이런 시간에 누구지? 라고 중얼거리며 태연이 탁자위에 놓인 휴대폰으로 손을 뻗는다
휴대폰 액정에서 깜빡이는 유정인 이란 글자에 태연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금 긴장하고있다
"유정인? 이시간에 무슨일이지?.."
재차 이름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유정인?"
"어?! 바다따아~!"
딱! 들어도 살짝 꼬인 발음으로 꽥 소리치는 정인..
태연이 들리지 않는 한숨을 뱉는다.
"그래 유정인. 무슨 일이야?"
"헤헷~ 바다따아~ 태봉이 목소리이~"
같은말을 되풀이하는 정인이 귀엽게 웃는소리.. 태연이 피식 웃음을 흘린다.
"너 어디야? 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
태연의 말이 끝나기 전에 저편에서 들려오는 낮선 남자의 목소리..
태연의 표정이 굳는다
"여보세요? 죄송합니다. 유정인씨가 많이 취하신것 같은데... 혹시 좀 와주실수 있을까요?"
"누구시죠?"
날카롭게 날이 선 태연의 목소리에 조심스레 얘기하던 남자가 흠칫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린다.
"아..그게... 오늘 유정인씨랑 선 본 사람인데요... 정인씨가 갑자기 술을..
급하게 마셔서 취..하신거 같거든요.."
" 어딥니까?"
"예?"
"거기가 어딥니까? 지금 가죠"
남자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있는곳의 위치를 말해준다.
"금방 도착할겁니다. 죄송하지만 제가 갈때까지 잘 좀 데리고 있어주십시요"
"아.. 예. 그럼요.."
선을 봤다고? 게다가 선 본 남자랑 이시간까지 술을 마셨다? 참.. 대책 안서네 유정인..
중얼거리며 재킷을 집어드는 태연.
태연이 차에 올라 시동을 걸며 다시한번 낮은 한숨을 뱉는다.
**
태연이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서고..
저만치 구석 테이블에 엎어져있는 정인을 발견한다.
아까 통화했던 사람인듯.. 남자는
정인이 자꾸 테이블 아래로 미끄러지려 하자 제대로 손도 못대고 정인의 옷끝만 조심스럽게 잡아 다시 테이블에 엎드리도록 해준다.
태연이 성큼성큼 그 앞으로 걸어가 다시 미끄러지는 정인의 머리를 손으로 받쳐준다..
건너편에 앉은 남자가 놀라 벌떡 일어서 태연의 얼굴을 보고있다.
" 아까 통화했던 사람입니다. 이제 그만 가보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태연의 말에 수긍하는듯 보이던 남자가 곧 주머니에서 쪽지같은걸 꺼내더니 태연에게 전화번호를 묻는다.
태연이 의아한듯 남자를 잠깐 보다가 곧 그의 의중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전화번호를 불러준다.
남자가 태연이 불러주는 번호와 쪽지에 적힌 번호를 꼼꼼히 비교하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확인은 하는게 도리일것 같아서요.. 실례지만 성함이?..."
"민태연 입니다.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같이 일하신다는 민검사님이..?"
"맞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안심해도 되겠네요. 하하"
"네?"
태연은 처음보는.. 게다가 정인과 선 이라는걸 봤다는 이 남자와 얘기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하.. 정인씬 아니라고 했지만 .. 꼭 그렇지만은 않은것 같네요"
남자가 계속 알수 없는 말을 하자 태연의 눈썹이 치켜올라간다.
"아! 오해는 마세요. 선 이라고는 하지만 저도 정인씨도 집안 어른들께 떠밀려 나온거니까요. "
"그렇습니까.."
"이렇게 바로 달려오신걸 보면.. 정인씨가 말한것처럼 매정하신 분 같진 않군요. "
괜히 제 마음에 찔려 태연이 남자를 노려보지만 남자는 여전히 웃음띤 얼굴로 말을 계속한다.
"만약 제가 만나는 사람이 없었다면 아마 정인씨한테 반했을겁니다. 그만큼 매력적이네요 정인씨.. 그러니.. 좀더 마음을 보여주시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하하 주제넘었다면 용서하세요. 그럼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민태연씨."
남자는 살짝 허리를 굽혀 정인의 얼굴을 한번 확인하듯 보고 자리를 떠난다.
테이블에 엎어진 정인을 번쩍 안아들고 포장마차를 나오는 태연의 표정에 복잡한 심정이 드러나는듯 하다.
정인을 조수석에 조심스럽게 앉힌 후 차에 오르는 태연.
한동안 태연은 정인을 바라보고 있다..
몇분쯤 지났을까...정인이 속이 부대끼는지 뒤척인다.
"괜찮아? 유정인?"
"으응....씨... 목말라.. 물.. "
태연이 생수병 뚜껑을 열어 정인의 입에 대준다.
꼴깍거리며 물을 몇모금 마신 정인이 그제사 한쪽 눈만 살짝 뜨고 태연을 본다.
"어?! 민태봉이네? 어?"
아무래도 아직 술이 깨려면 먼듯.. 정인은 검지손가락으로 태연을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거야? 선본 남자랑 인사불성 되도록 술을 마시면 어떡해? "
태연의 말을 듣고는 있는건지.. 정인은
태연의 볼을 잡아 쭈욱 늘이고는 뭐가 조은지 헤실헤실 웃고있다.
"흐응~ 우리 태봉이 뽀리 쭈우우~ 헤헤"
태연은 정인에게 볼을 잡힌채로 눈썹을 찡그리며 정인을 보고있다.
정인이 태연의 볼을 잡은 손을 놓더니 이번엔 울먹이기 시작한다
"이쒸! 민태봉 나쁜놈! 해삼!멍게!말미잘!아메바가트니! 히잉~ "
"뭐? 아메바? "
태연의 표정이 볼만하다
"그래! 아메바! 췟! 내 마음더 머르그 바버가치! 나쁭자식! 으앙~"
정인이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배배 꼬인 발음으로 열심히 태연을 욕하더니 이젠 아예 어린아이가 떼쓰듯 울고있다.
"그래 아메바같은 민태연이라 미안하네..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 울어. 내가 미안하다니까.."
태연이 아무리 달래도 정인은 울음을 그칠줄 모른다..
태연은 그런 정인을 빤히 바라보다 무슨 생각인지 피식 소리내어 웃는다.
이윽고 태연으로부터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고..
다음순간 거짓말처럼 울음을 그친 정인이 커다란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태연을 보고있다.
"이건 다 니탓이야. 말도없이 선이나 보고 처음본 놈이랑 술이나 마시고 말야
그러니까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어"
태연은 정인의 양볼을 손으로 감싼채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정인의 입술에 제 입술을 포갠다.
"술깨고 기억 안난다고하면 혼날줄 알아"
과연 유정인은 술이 다 깬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술에 취한적이 없는걸까?
태연의 품에 얼굴을 묻은채 보일듯 말듯 고개를 끄덕이는 정인의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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