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키 주고, 여기서 기다려."
어린애마냥 코까지 훌쩍거리며 한동안 열심히 눈물을 훔쳐내던 정인의 울음이 잦아들자 그제야 곁을 비우며 일어선 태연이
손을 내민다.
"그치만..."
"차 가져올테니까 여기있어"
"그래도.. 다른것도.."
"다른 필요한건 새로 사면돼. 필요한거 다 사줄테니까 딴소리 말고 차키 어서 내놔"
모기소리마냥 종알종알 궁시렁거린 정인이 여전히 단호한 태연의 표정을 올려다 보곤 곁에 두었던 가방을 뒤적거려 차키를
꺼냈다. 열쇠를 손에 꼭 쥐고는 어색한 웃음으로 넘어가보려 하지만 태연은 말도 없이 턱끝으로 열쇠를 쥔 정인의 손을 가리킨다.
눈싸움이라도 하듯 태연의 시선을 마주한채 입술을 깨물던 정인이 결국 졌다는듯 어깨를 크게 들썩이고는 열쇠를 태연의 손바닥
위에 탁, 놓아준다.
"알았어요.. 뭐.. 알았다구요.. 치..."
찡얼대며 내밀어지는 정인의 앙증맞은 입술모양에 태연이 피식 웃고는 다시한번 얌전히 기다릴것을 약속받고 카페를 나갔다.
잠시 후 2층 창문 아래로 태연의 모습이 보인다. 왠지 자꾸만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데 불쑥 태연이
고개를 젖혀 이쪽을 올려다본다. 잘생긴 이웃집 총각의 등목하는 모습이라도 훔쳐본것 마냥 화들짝 놀란 정인은 재빨리 창가에서
떨어져 앉았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도 잠깐.. 지금의 제 모양새가 한심해 절로 한숨이 새어나온다.
"이게 뭐냐구.. 정말..."
슬쩍 유리창에 얼굴을 들이밀고 내려다보니 어느새 저만치 가고있는 단정한 뒷모습이 보인다. 성큼성큼 걷고있는 그의 모습이
어쩐지 비장해 보였다면... 바보같은 생각일까?..
카페를 나와 손에 들린 정인의 차키를 내려다본다. 문득 이제껏 제게 말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았을 정인을 생각하니 가슴 한켠이
찌르르 아파온다. 좁은 계단을 빠르게 내려와 저만치 보이는 빌라를 확인하고 고개를 들어 2층 창가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동그란
눈동자 한쌍이 제 모습을 쫓고 있다. 정인의 시선이 저를 향하고 있을때 만큼은, 적어도 그때만큼은 .. 그녀의 행동을 예측하는건
이토록 쉬운데... 그런데 왜 그동안 몰랐을까.. 아니다 어쩌면 제 스스로 정인을 밀어내며 부러 모른척 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미안한 마음에 눈가가 따끔거린다. 눈물따위 흘리고 있을순 없다는 생각에 애써 침을 삼키며 눈물까지 삼켜버렸다. 다시 위를 올려다
보니 정인의 동그란 눈동자는 더이상 창가에 보이지 않는다.. 왠지 서운한 생각에 실없이 웃으며 카페 창문에서 시선을 거둬 걸음을
옮긴다.
불쑥 화가 치민다. 엘의 손 닿는 곳에 정인을 내버려둔것 같은 죄책감.. 그 녀석의 붉은 눈빛아래 두려움에 떨었을 정인을 몰랐다는..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손끝이 부르르 떨릴만큼 스스로에게,또 놈에게 화가 치밀었다. 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주어진다면... 이번에야 말로 놈을 없애버리고싶었다. 아니다 분명 그렇게 하리라 다짐했다.
잠시 치미는 분노에 치를 떨던 태연이 뒤돌아 정인이 있는 곳을 보았다. 다음순간 뛰다시피 걸음을 빨리한 태연은 어느새 정인의 집
1층에 도착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살피지만 눈에 띄는것은 없었고, 태연은 재빨리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이곳, 이 주변 어디든 정인을 잠시라도 더 있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태연은 어서 카페로 가서 정인을 데리고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자로 잰듯 빠르고 정확하게 좁은 빌라 주차장을 빠져나와 카페가 있는 큰길을 향해 차를 몰았다. 언뜻 룸미러에 무엇인가
비친것 같았지만, 다시 확인했을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태연은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았고, 더이상 뒤돌아 보지도 않았다.
어서 빨리, 가능한 빨리 정인을 이곳에서 멀리.. 아니 그럴 수는 없더라도 놈의 시야에서 떨어뜨려 놓으면 되는것이다. 혹은 놈이 다시
나타났을때 그 앞을 막아설 누군가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놓으면 그만이다. 그 누군가가 자신이길 간절히 바라지만.. 지금 같아선 그게
누가 되었든 정인을 지킬 수만 있다면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었다.
카페앞 자신의 차 뒤쪽에 차를 세워두고 전화를 걸어 정인을 부르고, 그녀가 내려올 계단 아래 서서 기다린다.
정인을 잠시도 눈 밖에 두고 싶지 않았고, 가능하다면 한 순간도 곁에서 떼어놓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더더욱 그 마음이 간절해진다...
정인을 앞세우고 호위하듯 뒤따라 집까지 도착한 후에야 태연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괜히 엉뚱한데 시간을 소비해버린 덕에 저녁 시간은 한참이나 지나버렸다.
정인은 괜히 저혼자 주눅이 들어서는 집에 도착한 순간부터 쭈욱 태연의 눈치를 보더니, 나가서 저녁 먹자는 태연의 말에도 연신
고개를 젓고는 저는 라면이면 된다고 고집을 피운다.
"그럼 내가 끓여줄테니까 앉아있어"
소매를 걷으며 주방으로 걸어가는 태연의 뒤를 무슨 큰일이라도 난듯 후다다닥 정인이 뒤쫓는다.
태연의 셔츠 자락을 꽉 쥐고는 안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뜬다.
"제가! 제가 해요!"
"왜? 맛 없을까봐?"
태연의 말에 정인은 턱이라도 빠진듯 입을 벌리고는 어버버 거린다.
"아,아뇨. 그런 말이 아니라, 그,그러니까 "
"그럼 얌전히 앉아서 기다려. 내가 않먹는다고 만들지도 못하는건 아니니까. 이래뵈도 황형도 인정한 실력이거든"
주방으로 들어가는 태연을 말리지도 못하고.. 정인은 갑작스레 코끝이 찌릿해져 얼른 뒤돌아섰다.
'그런게 아니라구요.. 괜히 나때문에 이리저리.. 피곤하게 한것도 미안해 죽겠는데.. 어떻게 가만히 앉아서 해주는대로 받아먹기만
하냐구요.. 민검사님 바보!'
홱~ 고개를 돌려 주방에 선 태연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또다시 코끝이 찡해진다.
고맙고.. 미안하고.. 저 남자가 내 애인이다 생각하니 눈물이 날만큼 행복하다.. 마음이 마구마구 부풀어 올라 숨쉬는 공기마저
달콤해진다.
이렇게 편한게 몸에 베이면 안되는데.. 따위의 생각은 저멀리 날아가버리고, 어느새 주방에 선 태연의 모습을 감상하기에 푹
빠져버린 정인이 '계란 넣을까?' '면발은 어떤게 좋아?' '계란은 풀어서 넣을까?' 따위의 질문들에 착실하게 대답하는 사이
민태연표 라면이 예쁜 그릇에 담겨 식탁에 차려졌다.
태연의 손에 이끌려 식탁에 앉은 정인이 라면의 비주얼이 어쩌고, 잔뜩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하자, 태연이 숟가락과 젓가락을
정인의 손에 각각 한쪽씩 들려주고 돌아서며 ' 불어 버리면 맛없어' 한마디를 툭 던진다.
"민검사님이... 내 애인이라 너무 좋아요.. 나 이렇게 공주대접 받아보는거 처음이니까... 라면도 요리처럼 끓이는 남자라 더 좋아..
그니까.. 앞으로 속 안썩힐게요. 걱정.. 안시킬게요... "
정인의 목소리가 갈수록 작아져 혹시 우는건가 태연이 걱정스럽게 뒤돌아본다.
"잘 먹겠습니다!"
씩씩하게 들리는 정인의 목소리에 태연이 피식 웃어버렸다.
"라면도 요리처럼 맛있게 먹어주는 여자라.. 나도.... 유정인이 내 여자라 좋아.."
태연의 혼잣말은 정인에게 닿을만큼 크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나란히 출근하는 태연과 정인을 보며 동만은 두눈을 크게 뜬채 한참동안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사람이 함께 출근해서가 아니라 태연의 입가에 걸린 좀처럼 볼 수 없는 옅은 미소가 동만의 의아심을 자꾸만 키웠다.
태연이 집무실로 들어가고 정인이 자리에 앉고나자 동만은 기다렸다는듯 정인의 책상앞으로 의자바퀴를 드르륵 굴려왔다.
"두분 어떻게 같이 오세요?"
여전히 집무실로 들어간 태연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고있던 정인은 괜히 뜨끔해서는 동만의 시선을 피하기 바쁘다.
"흐음... 오늘 두분 다 진짜 이상하시네~ "
"ㅁ,뭐,뭐가 이상해 이상하긴! "
"뭐.. 아니에요. 근데, 유검사님 지금 얼굴 되게 빨개요."
"뭐?! 빨갛긴 뭐가 빨갛다고... 야! 시비걸지말고 니 자리로 가! 빨랑!!"
정인의 호통에 입술을 삐죽거리며 동만이 자리로 돌아가고, 그와 동시에 순범이 막 사무실로 들어온다.
"좋은아침~ 똥만이 넌 왜 아침부터 울상이냐?"
정인을 향해 슬쩍 눈을 흘기고는 순범을 향해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짓는 동만.
"왜? 유검 이자식 이거 왜 이래요?"
정인은 정인대로 뭐라 말해야할지 몰라 눈을 피하자 동만이 여전히 불쌍한 표정으로 순범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동만의 이야기가 끝나고 여전히 귀까지 빨갛게 되버린 정인과 제편을 들어달라는듯 불쌍한 얼굴을 하는 동만을 번갈아
보던 순범이 사무실이 떠나가도록 크게 웃는다.
"에에? 황형사님 이게 지금 웃을일이에요?"
동만의 불만섞인 말에 눈물까지 흘리며 웃어젖히던 순범이 간신히 웃음을 멈춘다.
"야, 인마! 니가 잘못했구만 뭘 그러냐"
"와~ 황형사님도 유검사님 편 드시는거에요?"
"야야, 편드는게 아니라 인마. 너 일루 와봐"
순범이 동만을 잡아일으켜 어깨에 팔을 두르며 사무실 구석으로 데려가고, 잠시 후 동만의 비명이 사무실에 울려퍼진다.
순범이 잡을새도 없이 정인의 앞으로 쪼르르 달려오는 동만.
"진짜에요?! 유검사님이랑 민검사님이랑 사,사귄다는게 지,진짜에요?"
정인이 동만의 뒤에 서서 웃고있는 순범을 매섭게 노려보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우와~!!! 대~~박! 모태솔로 유검사님을 민검사님이 구제해주셨네요. 크큭 완전 대박!"
정인이 싫어하는 모태솔로 소리에, 태연이 구제해줬다는 말에 은근 자존심이 상해버린 정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들고있던 파일로 동만의 머리를 때린다.
"최동만! 좋은말로 할때 가서 일해라. 어?!"
정인이 이를 악물고 무섭게 얘기하는 통에 동만은 금새 꼬리를 내리고 자리로 돌아가 앉았고, 계속 정인의 눈치를 봐야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오자 정인이 순범과 동만의 눈치를 살피고 슬금슬금 태연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왜?"
"오늘 점심은 황형사님이랑 동만이랑 같이 먹고 올게요."
"왜? 나랑 있기 싫은건가?"
"아,아뇨! 그게 아니구.. 이제 동만이도 다 알아버렸으니까.. 괜히 자꾸 놀림받지 않으려면 미리 약 좀 쳐야죠."
태연이 쿡쿡거리며 웃자 정인이 눈을 흘기며 입술을 삐죽거린다.
"아, 알았어. 그래 그럼. 근데, 약 쳐야 할 사람은 나 아닌가?"
"당연하죠! 그치만 민검사님은 점심 안드시니까.. 제가 대신하는거에요. 웃지마세요"
여전히 쿡쿡거리며 웃고있는 태연에게 웃지말라며 다시한번 눈을 흘긴다.
"그럼 나가볼게요."
"유정인."
태연의 부름에 돌아보는 정인을 향해 태연이 손짓을 한다.
왜 그러냔 얼굴로 정인이 가까이 다가오자 정인의 손목을 당겨 제 무릎에 앉힌다.
"뭐,뭐하시는거에요."
"잠깐만.."
일어서려고 버둥대는 정인을 양팔로 꼭 붙들어 앉히고는 태연이 정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고맙다 정인아.."
"뭐가요.."
"그냥.. 다.. 전부 다.."
벗어나려던걸 멈춘 정인이 제 어깨에 기댄 태연의 머리를 조심스레 어루만진다.
"나도 고마워요.. "
"사랑해..."
사랑한다는 태연의 말에 잠시 놀란듯 굳어졌던 정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태연의 집무실에서 나오는 정인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있자 둘이 뭐했냐며 순범이 자꾸만 놀려댄다.
"저,점심 먹으러 가죠. 제가, 제가 쏠테니까 가요. 어서요"
정인이 동만과 순범을 일으켜세워 등을 떠민다.
허허 거리며 사무실을 나서던 순범이 뒤돌아 보고, 언제 나왔는지 정인의 책상에 걸터앉은 태연이 웃으며 손을 흔든다.
"고기! 고기 먹을거에요. 유검사님 고기 사주세요"
땡깡피듯 자리에 선채 고기타령을 하는 동만의 말에 정인이 한숨을 쉬며 알았다고 대답한다.
순범의 기분좋은 웃음소리와 동만의 떼쓰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사무실에 맴도는듯 하다.
정인의 책상을 부드럽게 쓰다듬듯 손으로 쓸던 태연이 행복한듯 웃으며 집무실로 들어간다.
하루 종일 지난 몇건의 사건에 대한 상세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제대로 허리도 못편 특검팀원들은 퇴근시간이 가까워오자
그제야 하나 둘 기지개를 켜며 고개를 들었다.
"제대로 다 한거지?"
꽤 두툼한 서류뭉치들을 정인의 책상위에 얹어놓는 동만을 향해 정인이 확인하듯 묻자 동만이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황형사님 아직 멀었어요?"
"어어, 다 됐어요. 다"
순범이 양손의 집게손가락을 쭉 펴 마지막 타이핑을 끝내고 외치듯 대답한다.
순범의 서류를 마지막으로 정인이 정리를 끝내 태연의 집무실을 노크했다.
"여기요~"
책상위에 몇개의 서류철들을 내려놓고 정인이 태연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정인이 가져온 서류들을 지금부터 다 확인하려는듯 펼치던 태연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퇴근 안해요?.."
"아.. 해야지. "
정인이 쪼르르 달려가 옷걸이에 걸린 태연의 재킷을 가져와 펼쳐들자 태연이 웃으며 재킷에 팔을 끼워넣었다.
집에 가져가려는듯 서류철들을 챙기는 태연을 가만히 보고 있던 정인이 태연의 손에 들린 서류철을 빼앗아 다시 책상위에 내려놓는다.
왜 그러냔 태연의 말에 급한것도 아닌데 일은 직장에서만 하라며 정인이 팔을 잡아 끈다.
못이기는척 정인에게 팔을 잡혀 집무실을 나온 태연이 저희 둘을 빤히 올려다보는 순범과 동만의 시선에 뒤늦게 쑥스러운듯 웃는다.
"퇴근하지"
태연의 말에 올려다보던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무슨 생각인지 태연이 정인의 어깨에 팔을 두른다.
"최동만"
"네?"
열심히 가방을 챙기다 태연의 부름에 고개를 든 동만이 정인의 어깨에 올려진 그의 팔을 보자 놀란듯 두눈을 크게 뜬다.
"내가 유정인을 구제해준게 아니고, 유정인이 날 구제해준 거니까. 제대로 알고 있으라고. 알았나?"
"네?.. ㄴ,네.."
열심히 제 어깨에 올려진 태연의 팔을 내리려고 애쓰던 정인이 동작을 멈춘채 멍하니 태연을 올려다보고, 동만은 여전히 놀라 뻣뻣하게
손을 놀려 가방을 챙기고 있다.
"오호~ 민태연이 이제 제 여자 챙길줄도 알고~ 이제 이 형님이 더이상 가르칠게 없구만? 하하하하"
순범과 마주보던 태연이 함께 웃고, 정인은 양손으로 빨개진 양 볼을 감싸 쥔다.
정말 오랜만에. 아니, 특검팀이 생긴 이래 처음 태연의 제안으로 네사람은 군말없이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잘 먹었습니다~"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진 한정식에 두눈이 휘둥그래진 동만이 저녁으로 밥을 두공기나 해치우고 나와 태연을 향해 허리까지 숙여가며
인사를 한다.
"그런데 니가 웬일이냐? 회식을 다 하자고 하고?"
순범의 말에 태연이 피식 웃으며 정인이 없는걸 확인한 후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한다.
"뇌물이야. 애인 잘 봐달라는 뇌물"
순범이 껄껄 웃으며 동만의 어깨에 팔을 둘러 끌어당긴다.
"들었지? 똥만! 잘해라~"
"네? 네~ 그럼요 당연하죠!~"
화장실에 갔다 나오던 정인이 웃고 있는 세사람을 보며 무슨 좋은일 있냐고 묻는다.
"아무것도 아니야. 가자, 술 한잔 할래? 형, 최동만"
"좋지~ "
"좋죠~~ 아! 이 근처에 가볍게 갈만한 bar 있는데 그쪽으로 갈까요?"
태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순범과 동만이 어깨동무를 하고는 신이 나서 앞장서 간다.
"우리도 가자"
"오늘 .. 민검사님 좀 이상해요"
"뭐가?"
"모르겠어요. 그냥.. 좀 달라보여서.."
"그래서 싫어?"
"아뇨, 좋아요. "
태연이 웃으며 정인에게 손을 내밀고, 정인은 내밀어진 태연의 손을 꼭 잡았다.
"아~ 좋다. 오늘같은 날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
서로에게 취해... 사랑에 취해... 자신들을 보는 시선이 있는것도 알지 못했다....
바라보기만 해야하는 누군가는 마음이 찢기는 아픔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는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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