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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dy L'amant/destiny

사랑.. 그 몹쓸병

 

 

 -- 태연정인 조각 : 사랑.. 그 몹쓸병 --

 

 

 

 

**

 

 

 

 

 

내가 언제부터 그를 사랑하게 된건지 이제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위험에 처해있던 나를 구해줬던 어둠속의 희미한 실루엣이 막연히 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조금씩 그를 훔쳐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내 시선이 언제나 그를 쫓아 움직이고 있다는걸 깨달았을땐..

이미 마음까지도 모두 줘버린 후였다.

 

일 외적인 것으로는 대화조차 나누기 어려웠고.. 내게는 더더욱 차가웠던 그에게 나는 내 마음을 전할 수가 없었고..

그렇게 머뭇거리는 사이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지치기 시작했고.. 그렇게 내 마음은 병들어갔다.

 

힘겹게 이어가던 마음은 출구를 찾지 못하고 내 안에서만 맴돌다 상처에 상처를 더해갔다.

 

결국 지칠대로 지치고 병들대로 병들어버린 나는 그를 포함한 모든것들을 내려놓기로 했다.

 

아버지를 단죄하는것을 인생의 유일한 목표로 여기고 달려왔던 내게 그를 사랑하는일은 넘을수도 허물수도 없는 벽이었다.

그 벽에 부딪히고 나자, 모든것이 허망하게만 느껴졌다. 유원국 그사람에게 죄를 묻고, 벌을 받게 한다고 해도 끔찍했던 내 유년의 기억이 바뀌지는 않는다. 당연히 엄마가 살아돌아오지도 않는다. 게다가.. 그 모든것의 이면에 나에대한..딸에 대한 그사람 나름의 사랑이 있었다는것 또한 결국 부정할 수 없었다.

나는 검사직을 내려놓았다.

 

허물 수 없는 벽을 피해 도망치기로 했고.. 나는 세상에 없는것처럼 사는길을 택했다.

 

그렇게 살기위해 그토록 싫은 내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그다지 후회하진 않는다.

 

내가 아는 누구도 나를 찾아오지 않는걸 보면 아마도 내 아버지가 내 흔적을 잘 덮어주고 있는것 같다.

 

우스운건.. 내방 화장대 위엔 아직도 그가.. 민태연이란 남자가 사진속에서 웃고 있다는 것이다.

다 버리고 왔으면서.. 잊으려고 도망치면서도 나는 아직 그의 흔적을 붙들고 놓치 못한다. 

매일 그의 사진을 손끝으로 쓸어보고.. 그리워하고..  이틀에 한번은 그의 꿈을 꾸고.. 울면서 잠에서 깬다.

정말.. 바보같다..

 

 

 

 

 

 

 

이곳 바닷가에 작은 카페를 연지 7개월이 조금 넘어가고 있다.

바다 가장 가까운 자리.. 버려진 집을 개조해 만든 테이블이 달랑 3개 뿐인 카페안은 두개의 벽면에 빼곡히 책을 채워두었다.

손님이라고는 가끔 바다낚시를 하러 오는 아저씨들과 어쩌다 바닷바람이 그리워 나왔다 들르는 사람들 뿐이지만..

그걸로 충분하다.

 

아직 이른 아침.. 바다를 향해 나있는 창을 모두 열어두고 나를 위한 커피를 만든다.

작은 카페안 가득 커피향이 채워지고.. 작은 오디오 스피커에선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바다로 이어지는 데크에 썬베드를 펴고 누워 책을 펼쳐 들지만.. 왠지 오늘은 책이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하루중에 가장 좋아하는 시간인데.. 어째선지 가슴속에 자꾸 슬픔이 차오르는게 몹쓸 그리움이 또 도지는것 같다.

 

책을 읽는건 포기하고 펼쳐진 책을 얼굴위에 덮고 썬베드에 머리를 기댔다.

어차피 이시간엔 올사람도 없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으려던 나는 문에 매달아둔 종이 딸랑거리는 소리에 얼굴위로 덮어두었던

책을 테이블에 올려둔다.

 

"어서오세요"

 

손님은 가뭄에 콩나듯 오더라도 명색이 카페주인이다 보니 버릇처럼 어서오세요 소리가 튀어나온다.

왠지 그런 내모습이 우스워 피식 웃고는 말려올라간 치맛단을 탁탁 털어내며 카페 안으로 발을 들인다.

 

등을 돌리고 선 남자의 실루엣이 어째선지 눈에 익다고 생각하며 이제 막 밀려들어오기 시작하는 햇살에 눈이 부셔 미간을

찡그려야 했다.

 

"테이크아웃 하실건가요?"

 

자리에 앉지않고 서있는 남자에게 물으며 가까이 다가가던 나는 그가 돌아서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이네.. 유정인.."

 

꿈에서도 그리던 그가 눈앞에 서있는데도 뭘 어째야 좋을지 알수가 없다. 아니, 반가웠다. 미칠듯이 반가웠다. 달려가서 그대로

안기고 싶을만큼.. 하지만, 나는 그를 피해 도망쳐왔는데.. 내것이 될 수 없는 그를 잊기위해 여기까지 도망쳐 왔는데..

 

"정말 꼭꼭 숨었더라.. 찾느라 힘들었어.."

 

그가 내게로 다가와 흘러내린 머리칼을 넘겨주고 있는데도 나는 얼어붙은것처럼 꼼짝도 할수가 없다.

 

"ㅇ,어..어떻게.."

 

"못찾을거라고 생각했어..? "

 

눈물샘이 고장난것처럼 눈물이 뚝뚝 흘러 넘친다. 뭐라고 해야 좋은걸까..

 

"왜.. "

 

왜 온거냐고 물으려고 했다. 이제와서 왜 날 찾아왔냐고.. 당신은 날 사랑한적도 내 마음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으면서..

하지만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대신 나는 그의 품안에서 서럽게 울고 있었다.

 

"너한테 흔들리는게 겁이 났는데..그래서 모른척 했는데..  널 못보는게 그것보다 몇배 더 겁나더라. 보고싶었어.."

 

내가 그를 그리워한 만큼 그도 나를 그리워했는지도... 어쩌면 우린 서로에게 허물어지기 일보직전의 벽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에겐 그런 존재였는지도..

 

보고싶었어요.. 고마워요 날 찾아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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