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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dy L'amant/Bloody

태연정인 - 늦어서 미안해 (prologue)

 

 

***

 

 

 

 

금방이라도 무언가 쏟아져 내릴듯 어두운 하늘....

회색의 하늘아래.. 검은 옷을 입은 몇몇의 사람들.. 그와 대비되는 하얗고 하얀 꽃다발 몇개..

 

흑백영화 같은 화면안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붉은빛의 관 하나가..

이 장면이 장례식임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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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거리며 울던 동만이 이제 대놓고 소리내어 통곡하기 시작한다.

동만을 다독이던 순범도 자꾸 나오려는 눈물을 감추려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들보다 한걸음 앞에 검은 수트를 입은 태연의 모습이 보인다.

 

공허하게 텅 비어버린 태연의 눈동자가 닿은곳에 붉은빛깔의 관이 놓여있다..

 

조문객이라고는 태연을 비롯한 몇몇 사람뿐인 장례식..

 

미리 파놓은 구덩이 안으로 조심스럽게 관이 내려진다.. 관위로 하얀 국화 몇송이가 던져지고..

이어서 후두둑 떨어지는 몇줌의 흙이 순백의 꽃잎사이를 헤집는다..

 

관속에 뉘인 누군가의 인생이 푸석한 흙으로 덮인다...

 

아둥바둥 살아왔을 그 인생이 아프도록 가엽다...

 

앞으로 그 인생을 기억하는 이들은 몇이나 될까.... 인생무상이란 이런것이겠지....

 

어느누구도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한채..동만의 서글픈 울음소리만이 들리는 가운데..
무덤앞엔 차가운 묘석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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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사랑받으며 존경받은 정의로운 검사이자 사랑스런 여인 유정인 이곳에 잠들다'

 

눈으로 묘석의 글귀를 읽어내려가던 태연의 눈가가 붉게 물들고있다..

 

묘석을 손으로 몇번인가 쓰다듬던 원국.. 일어서 태연에게로 와선 그의 어깨를 두어번 토닥여준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묘지를 떠난다..

 

그런 원국에겐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은채..  태연은 정인의 묘를 바라보며 굳어버린듯

손끝하나 움직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