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하는 외마디 외침에 두남자의 시선이 동만의 자리로 가서 꽂힌다.
태연이 한쪽 눈썹을 올리며 약간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뭐야? 라고 묻는다.
그래서일까? 동만의 목소리는 태연의 날이 선 목소리.. 딱 그만큼 주눅이 들어 CCTV... 라고 중얼대듯 말한다.
"찾았습니까?!"
잠깐의 정적이 흐르나 싶던 순간 재하가 그 사이로 끼어들며 묻는다.
그와 동시에 태연 역시 동만의 곁으로 가서 선다.
동만은 모니터를 두사람 쪽으로 돌려주고, 여기! 라고 말하며 손가락을 들어 화면 속 남자를 가리킨다.
"좀더 선명하게 안돼는거야? "
동만은 더 이상의 선명한 화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것이 마치 제 잘못인냥 잔뜩 미안한 표정을 하고 뒤통수를 쓸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낮게 깔리는 태연의 한숨이 사무실 안의 공기를 바닥으로 끄집어 내리는 느낌이다.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화면속의 남자는 화면의 바깥 어디선가 걸어와 재하의 차 앞유리를 기웃거리더니 손바닥에 뭔가를 적은 후
왔던길을 되돌아 간다.
"이교수님.. 아까 차 빼달라고 전화 받으셨다고 하셨죠? 그 대포폰 번호.. 아마 저 때 미리 전화번호를 적어둔게 아닌가 싶은데요.."
동만의 말에 재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울리는 태연의 휴대폰.. 순범의 전화임을 확인한 태연이 곧바로 전화를 받는다.
"어, 형 어떻게 됐어? 스피커로 돌릴께"
태연이 스피커폰으로 돌린 휴대폰을 탁자위에 내려놓는다.
"좀 오래된 일이라, 그 사이에 여기 병원 직원들도 많이 바뀌고 해서말야.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 그 자식이 해고된게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이라 그런지 직원기록도 싹 지웠더라구.. 그 때 일 기억하는 사람도 간신히 찾았는데.. 아무튼 동만이한테 단체사진 하나 보냈다.
거기 내가 동그라미 쳐둔게 그자식이니까 동만이보고 실력발휘 좀 하라고 그래"
"알았어. 수고했어 형"
이깟일로 뭔 수고냐며, 뭐 다른거 알아낸건 없는지 묻는 순범이다.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아도 태연이 내쉬는 한숨만 듣고도 알았다고, 별일 없을거라고 유검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순범에게
태연은 그저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제 비밀을 자신의 것인냥 지켜주고.. 가끔은 저 스스로도 알지못하는 제 마음을 먼저 알아주고 보듬어주는..
피를 나눈 형제가 아니었어도 그 이상의 우애로 제 곁을 지켜주는 그가 그저 고맙고, 고마워서 말로는 다 하지 못하는 저의 마음을
그가 알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 사이 동만은 순범이 보낸 단체사진에 동그라미 쳐진 김문후의 얼굴을 선명하게 확대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최동만. 얼마나 걸리겠어?"
"글쎄요.. 사진이 워낙 좀 .. 암만 빨리해도 30분은 걸리지 싶은데요"
"30분? 20분 줄테니까 작업끝나면 나한테 사진 전송해. 난 박미진한테 가볼테니까. 알았지? 20분이야."
빨라도 30분이라는 제게 딸랑 20분 준다는 태연의 말에 입을 벙긋거리는 동만을 뒤로하고 겉옷을 챙겨드는 태연.
사무실을 나서려던 태연이 아직도 죄책감에 사로잡혀 자신을 책망하고 있는 재하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려준다.
"유정인.. 아무일 없을겁니다. 꼭 찾을테니 걱정마세요"
태연의 말이.. 마치 이제 금방이라도 가서 정인을 데려오기만 하면 된다는 말처럼 들리는건 왜일까..
재하는 확신에 찬 태연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
박미진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가며 정확히 20분만에 도착한 사진을 확인한 태연이 동만에게 전화를 건다.
"수고했어 최동만, 지금부터 김문후 신상에 대해 바닥까지 긁어봐. 김문후 집에 숟가락이 몇갠지 알만큼 바닥까지 싹싹! 알겠지?"
씩씩한 동만의 대답이 오늘만큼은 꽤나 뜬든하게 느껴져 미소를 짓게 된다..
전화를 끊은 태연이 속력을 높인다.
박미진이 입원해 있는 병실.
이제 제법 안정된 표정의 박미진은 정인의 납치 소식에 자신이 도울 수 있는거라면 뭐든 하겠다고 말해준다.
"그분 덕에 제가 살아 돌아온건데. 뭐든 도와야죠. 뭘 하면 되죠?"
"감사합니다... 괜찮으시다면..사진을 하나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박미진씨를 납치했던 범인일지 모릅니다."
여자는 마른침을 삼킨다. 자신을 죽음의 문턱까지 몰고 갔던 자의 얼굴을 다시 확인하는 일이 쉽지 않으리란걸 아는 태연의 목소리에도
미안함이 묻어난다.
박미진이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곧 고개를 끄덕이며 태연이 들고 있는 휴대폰을 향해 손을 뻗는다.
휴대폰의 사진을 본 박미진의 손이 떨린다. 그리고.. 그만큼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맞아요.. 이 사람.. 날 납치한 그 남자.. 맞아요.."
"힘드실텐데 확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연은 빠르게 병실을 나와 동만에게 전화를 건다.
"김문후 주소는?"
"그게.. 주거지가 일정치 않아서.. 주민등록 말소상태라 주소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박상현씨가 준 명함 있잖아요.
거기 적힌 번호 몇개를 추적했는데 김문호를 아는사람이 있더라구요. 황형사님이 만나러 가셨는데 그쪽 주소 보내드릴까요?"
차에 오른 태연은 크게 심호흡을 한다. 정인이 납치되고 시간이 꽤나 흘렀다. 그런데도 아직 범인의 소재 조차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조급해지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정인아.. "
간절한 목소리로 정인의 이름을 부른다.
***
동만이 보내준 주소.. 그곳엔 허름하고 오래된 건물이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퀘퀘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른다.
담배꽁초며 쓰레기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져있는 계단을 오르려다 오른쪽을 보니 긴 복도를 따라 호수가 적인 철제 문들이 있다.
딱 보기에도 이 건물은 불법사업체들의 온상이다.
207호? 휴대폰으로 전송된 주소를 다시 확인하며 태연이 중얼거린다.
계단을 올라 2층의 복도를 걷고 있을때 철문들 중 하나가 홱 열리며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뛰어나온다.
뒤이어 순범의 목소리가 좁은 복도를 울린다.
"야! 이새끼야! 거기 안서?! 야! 태연아 그 자식 잡아! "
태연을 발견하고 순범이 소리친다.
제 앞에 선 태연을 발견한 남자가 잽싸게 열려있는 창문으로 뛰어내린다.
창문 아래에 세워진 자동차 위로 뛰어내린 남자는 그 충격으로 다리를 절뚝이나 싶더니 이내 골목을 달려 달아나기 시작한다.
"형! 골목 반대편으로 가!"
태연이 소리치며 남자를 따라 창문으로 뛰어내리고, 순범 역시 숨가쁘게 계단을 내려와 차에 오른다.
'Bloody L'amant > Blood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연정인 - 늦어서 미안해 21 (0) | 2013.12.31 |
---|---|
태연정인 - 늦어서 미안해 20 (0) | 2013.12.31 |
태연정인 - 늦어서 미안해 18 (0) | 2013.12.31 |
태연정인 - 늦어서 미안해 17 (0) | 2013.12.31 |
태연정인 - 늦어서 미안해 16 (0) | 2013.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