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y L'amant/destiny

안녕.. 나의 봄

Carna 2015. 11. 8. 03:02

 

 

 

그는 벚꽃이 싫다고 했었다. 

지는 모양이 지저분하다고 했던가..?..

봄에 내리는 눈 같다고.. 꽃비 같다고.. 다시 봐도 예쁘기만 하다고 투정처럼 말하는 내게

못말린다는듯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드랬다.

 

 

 

 

 

 

*

 

 

 

그를 잃어버린 그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영원히 계속될것만 같았던 영하의 계절을 지나 다시 찾아온 봄 한가운데..

나는 여전히 그사람을 찾아 헤메었고..  찾을 수 없어 수없이 절망했었다.

 

그 봄..

 

길목 어디쯤인가에서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본 하늘은 하얀 꽃잎으로 뒤덮여 있었다.

꽃잎 사이로 비치는 나른한 햇살이 눈부셨고.. 세상이 흔들리는것 같다가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유정인!"

 

정신을 잃는 순간 내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것 같았다.

 

 

 

 

--

 

바보야...그렇게 힘들어하면서... 나 같은건 이제 그만 잊어도 돼.  잊고 살다보면...

정인아.. 사랑은 또 올거야. 아프지 않은 사랑.. 널 정말 행복하게 해줄 사랑을 만나게 될거야.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도 돼...그래도 괜찮아. 아무도 널 탓하지 않아. 정인아...

 

--

 

 

 

 

정신이 들었을때 나는 병원 응급실에 누워 있었다.

 

머리맡에서 들리던 따스하고 익숙한 음성은 꿈이었을까?..

이마와 입술에 닿았던 부드럽고 차가운 감촉도?..

 

나는 그게 무엇이든 그가 이곳에 있었던 흔적을 찾고 싶었다. 그래야만 했다.

침대에서 내려와 걸리적거리는 링거호스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바늘이 뽑힌 자리에선 피가 흘러내렸고, 갑작스런 내 행동에 놀란 간호사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달려와 나를 잡았다.

 

"여기, 여기 있었던 남자. 아,아니, 날 여기 데려온 사람이 누구죠? 누구에요?! 네?"

 

"우선 진정하시고. 여기 이쪽으로 좀 앉으세요."

 

나는 간호사의 손을 뿌리치고, 신발도 신지 않은채로 응급실 밖으로 달려나갔다.

미친사람처럼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

 

 

 

그가 살아있다는 확신이 생기자 더더욱 그를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미친 듯이 그를 찾아 헤멨고,

그럴수록 나날이 피폐해져갔다.

 

더이상 그럴 수 없을만큼 망가져가고 있던 내게 그날의 전화는 순간의 빛을 던져주었고,

곧 더없이 어두운 심연으로 나를 가라앉게 만들었다.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울고 있었다.

나를 지켜줄 수 없다고 말했다. 어떻게 해도 될 수 없는 일이 있는거라고..

곁에 있을 수 없어서 그도 나만큼 아프다고 말했다.

 

그리고....사랑한다고 말했다.

 

 

==

 

네가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그보다 더 많이 널 사랑해. 나는 내 사랑이 너를 망가뜨릴걸 알아. 그래도 이기적이 되어볼까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건.. 내가 견딜 수 없을것 같아. 너를 망가뜨리고.. 너를 다치게 하고.. 그리고 결국 너를 나와 같이 만들어버릴 테지..

그렇게되면.. 난 살 수 없을거다....그러니까 부탁할께. 네가.. 네가 나를 놔줘.. 부탁이다..

 

==

 

 

 

나는.. 그사람의 부탁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그사람의 눈물이 보이는것 같아서....나로 인해 그가 부서져버릴까봐.. 그게..너무 무서워서 ..

나는 간신히 붙잡고 있던 마지막 끈을 놓아야만 했다.

 

 

 

 

 

 

 

*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머리위로 후두둑 쏟아져 내린다.

봄바람은 따스하고, 햇볕에 잘 말린 홑이불처럼 사각거리며 머리칼을 흐트러 놓는다

 

 

다시 또.. 봄...

하늘은 꽃잎으로 덮였고.. 봄의 눈이 내리고 있다.

 

 

안녕.. 햇살보다 눈부셨던 당신.. 나의 봄...내 사랑..

 

안녕.. 민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