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y L'amant/destiny

태연정인 조각 - 오늘만.. 오늘까지만...

Carna 2013. 12. 31. 23:13

 

오늘만.. 오늘까지만...

 

 

 

Written by Angelique(carna)

 

 

 

 

 

오늘따라 종일 꾸물거리던 하늘이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만다.

부슬거리며 내리던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지고..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은 점점 더 검게 물들어 가고 있다.

어둑어둑한 사무실.. 

형광등 불빛마저 울고 있는것 같은 저녁..

 

"하나만 .. 하나만 물을께요. 만약.. 만약에.. 제가 기다리면.. 그럼 언젠가는 저한테 마음을 열어 주실 수도

있는건가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냥 기다리면.. 그런다면..?"

 

눈물을 참는 대신 ... 하얗게 질리도록 입술을 깨문다.

 

"유정인.... 정인아....."

 

그저 아픈 표정으로 한숨처럼 제 이름만 부르고 있는 태연의 모습에 ... 정인의 하얗게 질린 입술에

끝내 붉은피가 번지고 만다.

 

"그렇군요.. 그래요.. 처음부터 안되는거였죠.. 그렇죠... 괜한걸 물었네요... 대답.. 듣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는데... 제가 바보같은 질문을 했네요.."

 

정인은 울지 않는다. 입술을 깨물어 피를 낼 지언정 더이상.. 절대로 ... 그의 앞에서 울지 않겠다 다짐했으니까...

 

정인의 마음을 상처내고 흐르는 핏물이 그 입술에 붉게 맺힌다..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제 코끝을 맴도는 정인의

혈향은 미치도록 달콤하다.

금방이라도 공기중으로 흩어져 제 눈앞에서 사라질것 같은 그녀를 붙잡고 싶다. 단 한번이라도 다정한 말로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 보고 싶다. 제 곁에 있으라고.. 세상 어느것보다 네가 소중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태연은 떨리는 손을 꽉 말아쥔채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정인은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태연의 아픈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애잔한 정인의 눈빛은 똑바로 태연에게 가 닿는다.

 

"오늘이..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제 마음이 민검사님한테 가는거.. 내일부터 제 마음은 더이상 민검사님께 아닌거에요.

내일이되고.. 후회해도 소용없어요. 저도.. 민검사님도..   더는 안해요. 기다려도 제것이 될 수 없다면.. 그만할테니까....."

 

"......"

 

"저... 한번만 안아주시면 안되요?...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내일부터 저 달라질테니까..  안되나?.. 하... 그래요 그럼..

우리 .. 악수해요. 그건.. 괜찮죠?.."

 

정인이 웃는 얼굴로 손을 내민다.

 

내밀어진 정인의 작은 손을 가만히 내려다 보던 태연이 그 손을 조심스레 맞잡는다.

 

매일, 매 순간.. 욕심이 생겼다.. 정인을 제 것으로 만들고 싶었고.. 그녀가 바라는대로 사랑해주고 아껴주고 싶었다..

욕심이 커질수록 .. 두려움도 함께 커지고.. 놓아줘야 한다는걸 알면서도 그러지 못했다..

그녀가 그토록 아프게 이별을 말하는데도 그녀의 혈향은 저를 미치게 만들었다....

알고있다.... 놓아줘야 한다..

그래.. 오늘까지만.. 오늘만.. 오늘까지만 사랑하자..

 

태연이 정인을 끌어당겨 품에 안는다.

정인의 붉은 입술 위에 제 입술을 포개며.. 어느 인간의 것보다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태연의 눈물이 .. 맞닿은 입술 사이로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