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정인 조각 - 사랑한다고 한것도 아니잖아요?
사랑한다고 한것도 아니잖아요?
Written by Angelique(carna)
"미안하다..."
흔들리는 눈동자 만큼이나 떨리는 그의 음성은 어째선지 현실과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저도 모르게 차오른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것이.... 또르르 소리라도 낼것만 같다.
눈물에 놀란것인지.. 아니면 영혼이 빠져나간듯 표정없는 정인의 모습에 놀란것인지.. 그도 아니면
때맞춰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에 놀란것인지....
답지 않게 당황하는 그의 모습이 낯설다 못해 모르는 사람같다.
사랑한다..도 아니었다. 그저 조금이라도 덜 부담스러운 말을 찾고 찾다가.. 불쑥 튀어나온
'좋아해요. 저.. 민검사님 좋아해요' 했던 말이 가져온 파장은 정인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미안하다 말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그가.. 밉다.. 차라리 싫다고 하지..
떨어지는 빗방울이 제법 굵어지도록 멍하니 서있던 정인이, 입고있던 재킷을 벗어 제 어깨에 걸쳐주고
얇은 셔츠바람으로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 태연을 올려다본다.
고백은 제가 했는데... 미안하단 말로 저를 뻥~ 차버린 주제에.. 아니, 미안하다는 말로 비겁하게 슬쩍
물러서버린 주제에 어째서 저렇게나 아픈 표정을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올려다보던 고개를 떨구자 기다렸다는듯 제 입에선 실소가 터져나온다.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헛웃음을 웃은 정인이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쓰윽 닦아내고는
언제나처럼 방긋 웃으며 고개를 든다.
"좋아한다구요. 저, 민검사님 굉장히 좋아해요. 그치만 그런걸로 그렇게 놀라지 마세요. 그렇게 아픈 표정도 하지마시구요.
제가.. 사랑한다고 한것도 아니잖아요? "
어깨에 걸쳐진 재킷을 잡아당겨 손에 쥐고는 태연에게 내민다.
내미는 재킷은 받지도 않고, 멍하니 정인을 내려다보는 태연에게 정인이 한발짝 다가가 그 손에 옷을 쥐어준다.
"빗방울 굵어진다. 그만 가요. 내일..... 뵈요. 어서 가세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아니, 어느때보다 더 밝게 웃으며 태연의 등을 떠밀던 정인이 '에이~ 그럼 저 먼저 가요'
하고는 뒤돌아선다.
비가 내려 다행이라며.. 제 얼굴에 흐르는 빗물에 씻겨 태연을 사랑하는 이 마음도 모두 씻겨 나갔으면 좋겠다며..
한발 한발 부지런히 놀렸건만..
몇걸음 가지도 못하고 제 손목을 잡는 태연에게 돌려세워진 정인의 얼굴은 이미 엉망이 되어버렸다.
그 못지 않게 엉망으로 일그러진 표정의 태연이 정인의 손목을 잡은 제 손을 휙 당겨 정인의 작은 몸을 제게로 끌어당긴다.
"그래.. 좋아하는거니까.. 나도 유정인 많이 좋아해. 사랑한다고 한것도 아니니까.. 딱.. 그만큼만.. 거기까지만.... 미안하다.. 정인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