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y L'amant/destiny

태연정인 조각 - 벚꽃

Carna 2013. 12. 31. 23:23

 

 

  벚꽃

 

 

 

Written by Angelique(carna)

 

 

 

 

 

 

투명한 햇살이 내려앉은 창가..
창문에 매달린 레이스커튼을 팔랑이며 방안으로 들어온 바람이 침대위에 잠들어있는 정인의 머리칼을 흐트린다.

행여 정인을 깨울까.. 들고 있는 찻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태연의 손길이 조심스럽다.

바람이 흐트려놓은 정인의 머리칼을 정돈해주던 태연의 입술새로 피식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제 그만 정인을 깨워야겠단 생각으로 따뜻한 차를
만들어 오고선 정작 그녀가 깰까 이토록 조심스러운
자신이 우스웠던 탓이다.


" 뭐 ..좋은일 있어요?"

언제 깼는지 올려다 보는 동그란 눈망울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지은 태연이 허리를 숙여 정인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잘 잤어?"

"몇시에요? 나 오래 잤어요?"

여전히 미소띤 얼굴로 고개를 젓는 태연을 보며 일어나 앉은 정인이 피식 웃는다.

"왜?"

태연의 물음에도 정인은 웃음을 삼키듯 입술을 꼭 다문채 도리질만 친다.

그 모습에 건네려던 찻잔을 도로 가져오자 까르르 참았던 웃음을 터뜨린다.


" 그냥~ 민검.. 아니 태연씨가 이렇게 잘 웃는 사람이었나 싶어서요. 그렇게 부드럽게.. 그렇게 따뜻하게 웃을줄
아는구나.. 새삼 그래서요"

"누구 덕에 팔불출 소리 좀 듣지. 내가."

" 흠흠.. 그 누구가 혹시 유모양?"

장난기 가득한 정인의 질문에 가벼운 키스로 답한 태연이 찻잔을 내민다.

눈을 감고 향긋한 쟈스민차를 음미하던 정인이 무언가 생각난듯 찻잔을 내려놓았다.

"언제부터 좋아했어요?"

"응? 뭘?"

"나"

의아함을 담은 태연의 시선에 생긋 웃은 정인은 스스로도 조금은 쑥스러운지 살짝 붉어진 얼굴로 흠흠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날 언제부터 좋아했냐구요."

직설적인 정인의 물음에 놀란건지, 부끄러운건지
태연의 표정이 굳어졌다.


"대답 안해줄거에요? "

정인의 재촉에 태연은 어색하게 뒷목을 쓸며 시선을 피해보지만, 좀처럼 물러나지 않고 대답을 기다리는
정인의 시선이 옆얼굴로 꽂히듯 날아들자 흠흠 헛기침을 한다.

"모르겠는데.."

기대와는 다른 대답에 정인의 표정은 금새 시무룩해진다.

"무슨 대답이 그래요"

토라진듯 입술을 삐죽 내미는 정인을 보며 잠깐 고민하던 태연이 어쩔 수 없다는듯 웃으며 정인의 곁에 앉아 어깨를 감싸 안는다.


"봄이었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커다란 나무 아래 정인이 네가 서있었고.. 떨어지는 꽃잎을 손으로 받으면서 햇살처럼 환하게 웃고 있더라.. 그날 그 순간에 알았어. 아.. 내가 이 여잘 사랑하는구나..누구보다 예쁘게.. 천진하게 웃을줄 아는 유정인이란 여자를 내가 정말 많이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

태연의 고백 아닌 고백에 기억을 더듬던 정인도 미소 지었다.

잠시.. 함께한 추억을 찾아 그렇게 기억속에 빠져있던 정인이 태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민검사님.. 언제라도 그 벚나무를 볼때 내 생각 해주실래요?"


"그래.. 그럴께.. 꼭.."




그날의 아침을 떠올리던 태연의 볼을 타고 그리움을 담은 눈물이 흐른다.

어쩌면 정인은 이미 그때 다가올 이별을 예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떠났고.. 봄은 또다시 찾아왔다..

그녀가 서있던 그 벚나무 아래 홀로 선 태연은 오래전 정인이 그랬던 것처럼 흩날리는 꽃잎 사이로 손을 뻗어본다..

애써 웃음을 지어보지만 그리움과
슬픔이 뒤섞인 표정은 일그러지고 말았다.



정인이 떠나던 날..
뒤늦게 발견한 문자 한통은 아직도 태연을 괴롭게 만든다..


' 다음생에 다시 만나도 날 사랑해 줄래요? '


그 짧은 질문 하나 던져두고.. 대답도 듣지 못한채
정인은 세상을 떠났다...






해주지 못했던 대답은 해마다 꽃잎과 함께 흩어진다.

올해도 벚꽃은 만개했고 기억은 그리움으로 뒤덮였다..



" 약속해. 수천번.. 수만번 다시 태어난대도 널 사랑할거야..
정인아.. 정인아.... 보고싶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