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정인. 사랑..그 잔인한 이름 1
- 다섯건의 살인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있었지만..
그 마지막엔 복수.. 라는 지극히 단순한 단어가 기다리고 있었다.
***
공판이 진행되는 내내 태연의 표정은 너무도 괴로워 보였다.
돌아오는 차안.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어떻게 해서든 바꿔보고 싶었지만 정인에겐 그마저도 쉽지 않은 일이었고
결국 검찰청 주차장에 도착해 먼저 올라가라는 말을 들을때까지 정인은 그에게 단 한마디도 건네지 못했다.
터덜거리는 발걸음으로 사무실 문을 여는 정인의 모습에 순범과 동만이 동시에 벌떡 일어섰다.
"유검사님. 민검사님은 어디가시고 혼자 오세요? "
동만의 질문에도 멍한 표정으로 제 발끝만 보고있는 정인의 어깨를 어느틈에 다가왔는지 순범이 톡톡 두드린다.
"유검.. 왜그래요? 재판이 뭐 잘못됐어요?"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린 정인이 고개를 휘휘 저으며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아니요' 한마디만 하고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데 왜그렇게 기운이 없어요? 태연이는 또 어디간거고.. 무슨일 있었어요?"
"아뇨.. 재판은 잘 끝났어요.. 어차피 신상혁이 자기죄 다 인정하고 시작한건데 잘못될게 뭐가 있겠어요.. 그냥..."
"그냥 왜요?"
정인이 동만의 눈치를 보자 순범이 재빨리 동만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동만이 또 자기만 따돌린다고 투덜거리며 사무실을 나가고 나자 정인이 한숨을 내쉰다.
"민검사님이.. 너무 힘들어하시니까.. "
"태연이 많이 힘들어했어요? 그녀석이 웬만한걸론 티도 안내는 녀석인데..... 근데 같이 안온거에요?"
"주차장에서 먼저 올라가라셔서 .. 후~ .. 여기까지 오면서 한마디도 못붙였어요..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무슨일이든 이유만 알면 위로든 뭐든 다 잘 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위로랍시고 섣불리 말꺼냈다가 주제넘다 그러실거 같기도 하구... 정말이지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 죽겠어요."
"누군들 쉽게 말을 꺼낼 수 있겠어요.. 유검이 한심해서 그런거 아니니까 너무 자책할거 없어요. 그래도 내 보기엔 유검이 지금
태연이 옆에 있어주는게 좋을거 같은데.. 그런거 있잖아요 뭐 특별히 뭔 말을 해줘서가 아니라 그냥 옆에 있어주면 힘이 되는거.
나보다는 그래도 유검이 낫지 싶네"
"네? 민검사님이랑은 황형사님이 더 가까우시잖아요. 황형사님이 있어주는게.."
"에이.. 나야 옆에 있으면 또 잔소리나 해대지.. 또 그게 그렇더라구.. 너무 친하니까 ... 위로랍시고 던지는게 잔소리밖에 안되고...
그러니 힘들더라도 유검이 태연이 옆에 좀 있어줘요. 지금 어디있나 내가 전화해볼테니까 유검이 좀 가봐요."
"그래도.. 괜찮은걸까요?..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건 아닌지..."
"내가 태연일 잘 알잖아요. 나만 믿어요. 알았죠?"
순범이 자리로 가 휴대폰을 들었다. 전화를 거는건 순범인데 .. 어째선지 정인의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댄다.
태연이 전화를 받았는지 순범이 슬쩍 등을 돌려 창가로 걸음을 옮긴다.
아무리 모르는척 할래야 온 신경이 그와 통화를 하고 있는 순범의 넓은 등으로 향해있어 조바심만 난다.
"태연이 옥상에 있다네요. 쟈식이 거기 꿀을 발라놨나. 아무튼 유검이 좀 올라가봐요. 부탁 좀 할게요. "
순범에게 떠밀리다시피 엘리베이터에 올라 결국 옥상으로 통하는 문앞에 선 정인은 손잡이를 잡은채 몇번이나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뱉어내기를 반복하고 있다.
있는 용기, 없는 용기 죄다 쥐어짜서 이윽고 문을 열었을땐 휑한 옥상 끝자락에 선 그의 뒷모습만 눈에 들어왔다.
오늘따라 무거워 보이는 어깨가 안쓰러워 울컥 눈물이 나려는걸 억지로 꾹꾹 눌러 참으며 그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말없이 그의 옆에 서며 난간에 몸을 기댔다.
곁에 서는것이 그녀인줄 알긴할까?.. 태연은 돌아보지 않은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정인은 왠지 그를 돌아볼 용기가 생기지 않아 저역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입술만 깨물고 있다.
늘 차갑고 딱딱해 보이는 사람이지만.. 정인은 알고 있다. 태연이 얼마나 여리고 따뜻한 마음을 가졌는지..
**
범인 신상혁은 자신의 여동생을 죽음으로 몰고간 다섯명을 무참하게 살해했다.
어려서 부모를 잃은 신상혁과 그의 동생 신상미
신상미는 대학에 입학하고 한달만에 누군가에 의해 납치당해 어느 사창가에 팔아넘겨졌다.
신상혁은 직장까지 그만두고 백방으로 동생을 찾아 헤맸지만 동생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2년만에.... 신상미는 어느 부둣가 근처 사창가 쓰레기더미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도망가지 못하도록 포주가 강제로 주사한 마약은 누군가 그렇게 그녀를 죽이지 않았더라도 머지않아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갔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사창가로 보내져 스므살의 꽃봉오리를 피워보지도 못한채 싸늘한 주검이 되어
오빠의 곁으로 돌아왔다.
결국 신상혁은 그녀의 시신이 발견된 사창가를 돌며 동생이 겪었을 끔찍한 일들을 알게되었고 동생을 죽인 기둥서방과 포주를
차례로 살해했다.
포주를 죽이기 전 동생을 그곳에 팔아넘긴 자들의 신상을 알아냈고 결국 그 세명 모두 그의 손에 아주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되었다.
취조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다섯건의 살인을 인정하던 신상혁과 그의 맞은편에 앉아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의 얘기를 듣던 태연의 모습..
자리에서 일어서 나올때 태연의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에 정인은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는 아픔을 느꼈다.
아마도 태연은.. 사건을 해결하는 내내 셀 수도 없을만큼 연지를 떠올렸을 것이다.
신상혁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테고.. 태연은 어쩌면 자신도 그와 똑같이 했을지 모른다고 말했었다.
아마도 ... 이번 사건으로 태연은 상처에 소금을 뿌린듯 끔찍히도 아팠을 것이다.
"괜..찮으세요?.."
용기를 내어 그를 향해 돌아선 정인이 묻는다.
"글쎄... 뭐가 괜찮은거고.. 또 뭐가 괜찮지 않은걸까?.."
"짐승보다 훨씬 못한 놈들이었지만.. 인간 사회는 사냥이 금지된 곳이니까요.."
여태 허공만 바라보던 태연의 시선이 정인에게로 향한다.
"사냥 금지라... "
"성에 찰만큼 벌을 받게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법의 심판을 받게 했어야 하는거겠죠... 그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고..
민검사님이나 제가 해야하는 일이니까요.. 그치만..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죽은 다섯명 모두 죽어 마땅한 놈들이니까.. 어쩌면 저도 그사람이랑 똑같이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말들이 그다지 위로가 되지는 않겠죠. 그치만.. 분명 신상혁도 알고 있을거에요.
민검사님이 자길 이해하고 또 그만큼 애쓰셨다는거요.... "
아무말 없이 저를 향해있는 뚫어질듯한 시선에 정인은 혹시 자기가 뭔가 잘못 말한건 아닌가 싶어 마주보던 시선을 떨구고말았다.
"고마워"
잘못들었을까?...
정인이 고개를 들어 태연을 올려다보지만 그는 괴로운 표정으로 난간에 팔을 올린채 어둑어둑해지는 하늘을 보고 있었다.
"바,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정인이 다시한번 용기내 더듬거리며 묻자 하늘을 향해있던 태연의 시선이 천천히 정인에게로 돌려진다.
느릿한 그의 움직임이 마치 영화 속 슬로모션 같다고 생각하던 정인의 귓가에 분명하고 또렷하게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맙다고.. 얼마나 마음 쓰고 있는지 알아.. 미안하고... 고맙다.."
여전히 무언가 잃어버린 사람처럼 조금은 멍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의 표정에 정인의 가슴이 왜 이렇게 아픈걸까..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것과 동시에 정인은 저도 모르게 태연의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
그리고 다음순간 아슬아슬하게 발끝으로 선 정인의 손이 태연의 어깨위에 얹어졌다.
정인의 부드럽고 따뜻한 입술이 태연의 입술위에 머물렀다.
멈춘것 같던 시간이 다시 흐르고 감겼던 눈꺼풀이 천천히 들어올려졌을때 정인의 동그란 눈망울이 놀란듯 커진 태연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ㅈ,죄,죄송해요.. 그,그그게 .. "
어찌할 바를 모르고 더듬더듬 미안하다 말하며 뒷걸음질 치는 정인의 가녀린 손목이 태연의 손안에 쥐어졌다.
눈물맺힌 커다란 눈동자가 그의 손안에 잡힌 제 손목을 바라보는것도 잠시..
그에게로 휙 당겨지며 태연의 품안에 갇히듯 안긴 정인은 영문을 몰라 그를 올려다보았다.
어둑해지는 하늘빛은 그의 표정을 보기에는 부족했고 정인은 태연의 표정을 알고싶어 한껏 고개를 젖혔다.
젖혀진 정인의 얼굴위로 태연의 얼굴이 그림자를 만든다.
그의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마주친 눈동자는 빛을 머금어 반짝이고 있었다.
태연의 표정을 읽으려는 정인의 노력은 겹쳐오는 그의 차가운 입술아래 모두 묻혀버렸다.
예고없이 입술위로 내려앉은 차갑고 보드라운 감촉에 잠시나마 정신이 또렷해지는듯 했다.
그러나 그도 잠깐.. 삼켜버릴듯 거칠게 짓누르는 입술에 또렷해지던 정신은 흐믈거리며 녹아내렸다.
잇새로 침범해오는 몰캉하고 촉촉한 느낌에 정인은 두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온몸 구석구석을 깨우는 그의 키스는 지독하리만치 달콤했다.
정인을 온통 흔들어놓던 그의 입술이 가벼운 입맞춤을 몇번이나 반복한 끝에 아쉽게 떨어졌다.
정인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고 태연이 안고있지 않았다면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을지도 몰랐다.
태연이 휘청거리는 정인을 부축하듯 품에 안았다.
"넌 날 두렵게 만들어.."
살짝 갈라진 낮은 목소리.. 그에게도 뜨거웠던 입맞춤의 여운이 남아있다는걸까..
"니가 날 흔들어놔서 복수도 뭣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너때문이라도 아마 난.. 신상혁처럼은 하지 못할거다.."
"민검사님이 어떤 선택을 하든.. 전 늘 민검사님 편이에요.. 뭐든 제가 도울게요.. 제발... 그렇게 아파하지 마세요.."
어느새 정인의 목소리는 파르르 떨리며 울먹이고 있었고.. 가녀린 그녀의 팔은 태연의 허리를 꽉 붙들고 있었다.
**
나란히 사무실로 들어오는 두사람의 모습에 순범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정인의 눈가가 붉어져있고 태연의 표정은 여전히 힘들어 보였어도 지금까지 정인이 태연의 곁에 있어줬다는 사실만으로도
또 태연이 그녀를 밀어내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순범의 불안한 마음을 잠재울 수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무겁게 내려앉은 사무실 공기에 짓눌려 쪼그라들기 일보직전이던 동만은 태연의 퇴근하라는 말에 튀어오르듯
자리에서 일어나 세사람에게 꾸벅꾸벅 인사를 하고는 도망치듯 사무실을 나갔다.
정인에게도, 태연에게도 무슨 말인가 건네야 할지를 고민하던 순범은 오늘만은 그대로 두사람에게 모두 맡기기로 했다.
"그럼 내일봐요 유검. 간다 태연아"
"들어가세요.."
힘없이 미소짓는 정인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지만 순범은 태연과 눈을 마주치는 것으로 걱정을 대신했다.
순범의 뒷모습이 더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을때 태연이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급하지 않으면 잠깐 얘기 좀 할까?"
옥상에서의 일들이 머릿속을 휘저어 정인은 어색함에 눈도 마주치지 못한채 고개를 주억거린다.
정인의 책상 앞에서 그런 정인의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태연은 저도 모르게 싱긋 웃어버렸다.
서른이란 나이가 무색하게 앳된 얼굴로 열일곱 소녀마냥 어쩌자고 저렇게 귀여운건지 모르겠다 생각하던 태연은
문득 팔불출 같은 스스로가 너무 어이없어져 얼른 표정을 굳혔다.
정인은 태연의 뒤를 따라 조심스럽게 그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가만히 돌아서 저를 보는 시선에 정인은 눈 둘곳을 몰라 또다시 제 발끝만 보고 있다.
"앉아.."
그렇게 말하고 맞은편 소파에 앉는 그를 따라 소파에 앉은 정인은 다소곳이 두손을 모아 무릎위에 두었다.
"유정인.. 정인아.."
성을 떼어낸 제 이름은 왠지 다른사람의 것 같아서 잠시 멍하니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연지 찾는일 그만해"
"네?! 아... 알고.. 계셨어요?..."
조심한다고 했는데.. 혹시라도 연지를 찾는일에 제 아버지 힘을 빌었다는 것을 알면 기분 나빠할까 전전긍긍 하면서도
제 아버지의 조직원들이 모아온 정보들을 따라 쉬는날 마다 전국을 찾아 헤메 다니는걸 멈출 수 없었다.
그날... 쏟아지던 빗속에서 제 다리가 전복된 차안에 끼이지만 않았어도 어쩌면 연지를 구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말도 안되는
죄책감을 가진 정인은 태연이 얼마나.. 동생을 찾고싶어 하는지.. 눈앞에서 동생의 손을 놓쳐버린것에 대해 얼마나 커다란 죄책감을
지고 사는지 알고 있었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설령 그것이 제가 끔찍히도 싫어하는 제 아버지의 힘을 빌리는 것일지라도
정인은 그래야만 했다.. 그리고 어떤 성과라도 있기전에는 그는 그 사실을 몰라야 했다.
그런데 모두 다 알고 있었다니.. 게다가 그는 그일을 그만두라고 말한다..
어쩐지 제 아버지의 존재가 또한번 부끄러워져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물론.. 고마워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그냥 정보만 모아준거에요. 유원국 그사람 도움을 받은건 사실이지만 그냥 그사람 조직원들이 전국에 퍼져있으니까..
들은건 없는지.. 혹시 본적은 없는지.. 그런 정보만 받은거에요... "
"그래서가 아니야. 정인아.. 유원국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그만두라는게 아니야 .. 단지.. 이일은 결국은 내가 해야하는 일이고..
너까지 위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래.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너는 알지 못해. 만약.. 너까지 위험해진다면..
혹시라도 너한테까지 무슨일이든 생긴다면 .. 만약 그들이 너와 연지를 두고 무슨일이든 꾸민다면 .. "
"민검사님이 말하는 그들이 누군지 모르지만... 알았어요. 민검사님이 원하시면 그렇게 할게요. 제가 직접 찾으러 다니는건
안할게요. 그치만.. 민검사님이 기분 나쁜게 아니라면, 유원국 쪽에서 정보를 얻는건 그대로 둘게요. 무슨 소식이라도 듣게되면
민검사님께 얘기할테니까요.... 정말 괜찮으시다면요.."
태연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기 때문에 정인은 제가 또 쓸데없는 참견을 했구나 싶어 버릇처럼 입술을 깨물었다.
정인은 언제나처럼 태연의 마음을 알아채는데는 서툴기만 했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태연은 정인의 옆으로 와 앉았고 가만히 정인의 어깨를 당겨 안았다.
"니가 네 아버지 도움을 조금 받는다고 해서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어. 적어도 유정인이 불법적인 루트를 통해 뭔가를 얻어낼
사람이 아니라는걸 아니까 그렇게 뭔가 잘못한것처럼.. 그러지 않아도돼. 널 나무라는게 아니야. 다만.. 나는 정말 네가 위험해질까봐
그게 걱정돼 "
어깨를 다독이는 손짓과 다정한 목소리는 정인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다.
"네.. 알아요 알고있어요.. "
" 내가 먼저 찾아내지 못한다면.. 연지를 데려간 놈은 아마 연지를 미끼로 내게 어떤 선택을 강요할거야. 난 혹시라도 거기에
정인이 네가 엮이게 될까봐 두렵다.. 널 위험에 빠뜨리고 상처입게 할까봐 무서워.."
"만약 제가 위험해지는 일이 생긴다고 해도 그건 민검사님 잘못이 아니에요... 그리고 정말 혹시라도 저와 연지를 놓고 민검사님이
말하는 그들이 무슨일이든 꾸민다면... 그래서 저와 연지 둘중 누구 한사람을 택해야 한다면 그땐 주저없이 연지를 구해내세요. "
"정인아..."
"세번이나 연지를 잃을 수는 없잖아요. 그건 민검사님에게도 저에게도 견디기 힘든 일이 될거에요. 그러니까.."
"그만.. 그만해 네마음 알아. 다 아니까 ..."
태연은 더 말하는 대신 정인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의 입술이 이마에 닿는 순간 정인의 눈가에 맺혔던 눈물이 소리없이 떨어져 내렸다.